서울 도심 속 공원, 효창공원 출사기
1.
애초 계획은 월드컵 경기장 옆의 하늘공원에 가서 천천히 사진 찍으며 시간 보내다 오는 것이었는데, 막상 가려니 귀찮기도 하고.. 날씨도 너무 춥고.. 그냥 동네 근처 공원이나 가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곳이 효창공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요새 같이 추운 가을은 거리도 묘한 빛을 발합니다. 여름의 싱그러움, 겨울의 차가움도 아닌 그 중간의 애매한 빛이랄까요? 싫지 않습니다.
걷다가 발견한 혼다 오토바이. 제 로망 중 하나가 클래식 오토바이인데, 혼다에서는 썩 마음에 드는 제품을 생산하지는 않더라구요. 하긴 지금 생활비도 빠듯한데 무슨 오토바이를...
이제는 서울 어디를 걷더라도 분위기 좋은 이쁜 카페를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업자 분들이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찰칵충에게는 넘나 좋은 현상입니다.
청파동 골목으로 들어가니 주택이 많이 보였습니다. 집 정원에 나무... 느낌 있네요.
청파동 성당도 가는 길에 볼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 상과 구유를 찍어봤습니다. 구유를 보니 어김 없이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술이나 마십니다.......
2.
그렇게 걷다 걷다 드디어 효창공원에 도착합니다.
저는 농구장과 배드민턴 장이 있는 쪽으로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연륜이 깊어 보이는 종(?)이 보입니다. 저건 얼마나 이 공원에 저 상태로 서 있었을지..
종 옆에는 왠 건물이 있었는데, 창고 같아 보였습니다. 일취월장이라고 써 있는 것 같은데.. 폰트 솜씨가 남다릅니다. 금손이 왔다갔나 보네요. 심지어 옆의 뜬금 없는 대나무 그림 퀄리티는...
효창공원을 둘러보려는데 계단이 딱! 하고 나타납니다.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끝도 없이 걷고 또 걷습니다.
효창공원은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말 잘 꾸며서 관광객들을 유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느낌이 가득한 공원이었습니다.
또다시 계속 걷습니다.
언덕에 올라가서 본 기와는 기품이 넘쳤습니다.
요새는 이런 모던+전통+이쁜 등을 많이 볼 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합니다. 하루 빨리 서울의 모든 가로등이 이런 스타일로 바뀌기를 바래봅니다.
그렇게 다시 계속 걷습니다..
아마 효창공원의 정문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합니다. 제가 들어온 루트는 굉장히 이상한 루트인 듯 합니다.
태극이 아름다워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미니멀리즘이 느껴지기도 하고.. 색감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하고...
ㅋㅋㅋㅋ기와집에 바리스타라고 써 있어서 뭔가 웃긴데, 원두커피 맛있는 집이라는 명패가 있으니 더 깜찍합니다. 안에 따로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사장님이 테이크 아웃으로 타주시나 봅니다.
그리고 다시 걷다가 발견한 도로 한복판의 나무 한그루. 우리 삶이 이런게 아닐까 합니다. 걷다 보면 한치 앞도 안보이는 고난이 있는 그런...
가을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정말 낙엽 홍수였습니다.
시들어가는 꽃들의 색감이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활짝 피었든, 시들었든 아름다운 색을 발하는 꽃이 참 부러웠습니다.
계속 걸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장이라도 더 머릿 속에 각인하려 걸음을 멈춥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정자 하나!
저처럼 많이 걸어서 지친 사람들을 위한 정자인가 봅니다. 날씨 좋을 때는 앉아서 책 보면 좋겠네요. 지금 그러면 입 돌아가겠지만..
출구 쪽으로 나가다 보니 노인회관 앞에 카페같아 보이는 작은 건물이 있었습니다. '사랑방뜨락', 이쁜 이름이네요.
효창공원의 울타리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서양의 미 못지 않게 동양의 미 또한 눈부시게 아름답기 짝이 없습니다.
공원을 나오자 보였던 한 슈퍼마켓, 문득 군대에서 군수계원일 때 창고에서 물품 진열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즐거운 출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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