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순이네

울릉도 3박 4일 여행기

지난 연휴 4월 30일 ~ 5월 4일, 울릉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울릉도는 다들 아시다시피 마음 먹는다고 맘 편히 쉽게 다녀올 수가 없는 곳이고, 그러다보니 정보가 다른 여행지들보다 현저히 적어서, 언젠가 한번 여행 후기를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이제야 쓰게 되었네요.


가기부터 힘든 곳

울릉도는 정말 가기부터 힘든 곳입니다. 일단 육지와 거리가 상당한 섬이다보니, 다리가 놓여있지도 않고,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배를 타야 합니다. 더군다나 연휴 기간이라면 이 배 표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희 커플은 서울 거주 중인데, 원래대로라면 묵호 or 강릉에서 출항하는게 Best 이지만, 배 표가 없어서 결국 포항에서 출항을 했습니다.

헌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KTX 를 탄다는 시점에서 강릉이나 포항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한시간 더 열차 탄다고 해봐야, 어차피 새벽에 출발하니 한숨 자고 일어나면 도착해 있는 것 똑같습니다..

포항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좀만 더 가면 나오는 포항 여객 터미널. 여기서 신비의 섬(?) 울릉도로 데려다 줄 배를 탑승합니다. 여자친구가 뱃멀미에 대해 굉장히 걱정을 해서 저도 약간은 걱정을 했었는데, 멀미를 평소에도 잘 안하시는 분들은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심하지 않습니다.

배를 타고 한참을 가니 서서히 울릉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자마자 처음 든 생각은 '생각보다 크다' 입니다. 먼 옛날, 울릉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한반도까지 배를 타고 왔었을까요?

 

렌트는 필수다

울릉도 사동항에 딱 내렸는데, 정말 막막합니다. 거리에 택시는 안보이는데, 택시 잡으려는 사람들은 수두룩하고,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고, 차를 렌트 하려니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운좋게 저동항에 렌트카가 있다는 업자 분을 만나, 렌트카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 도로가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해안 일주 도로가 완성되었다지만 공사 중인 곳이 많고, 울릉도의 진짜 멋은 해안 일주 도로가 아닌 더 내륙 쪽의 산길 도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세단을 빌렸지만, 개인적으로는 4륜 SUV 를 렌트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울릉도 대아 리조트

우리 커플이 3박 4일 동안 거주할 보금자리는 대아리조트 라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대하고 간 곳은 아니었는데, 제가 본 리조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동남아에 거주 경험이 조금 있는데, 이상하게 동남아 향수에 문득 젖게 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특히 뷰가 정말 좋아서, 아주 만족스런 잠자리 였습니다. 주변에 울릉도 간다는 분이 계시면 꼭 추천드리고 싶을 정도였네요..

낮에는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고, 밤에는 더욱 아름다운 별하늘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말하고 보니 뭔가 광고 같이 느껴지는데, 저는 느낀 점을 말할 뿐이고 제 돈 주고 가서 잤습니다.

 

태하 향목 관광 모노레일

이제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쭉 달리기 시작합니다. 해안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운전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태하 향목 관광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안 사실입니다만, 태하라는 지역의 주민들은 울릉도 해안 일주도로가 완공이 되면 태하에도 사람이 정말 많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헌데 반대로, 막상 완공이 되니 사람들이 더 다른 곳에만 몰려 많이 실망 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하여튼 모노레일로 산을 타고 올라가서, 한 10분 정도 더 걸으면 전망대가 보입니다. 탁 트인 오션 뷰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엄청난 바람입니다.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네요..

그래도 바람을 이겨내고 앞을 보면, 눈부신 광경이 펼쳐집니다. 카메라를 들고 오신 분들이 꽤 많더라구요, 그럴 만한 포인트 였습니다.

 

독도는 우리땅

다음 날, 저희가 찾은 곳은 독도였습니다. 울릉도를 오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독도를 마음에 두고 오실 텐데, 연휴 기간에는 배 표를 못 구할 수도 있으니 왠만하면 독도 행 배 표를 확보해 두시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독도가 점점 가까워지니 참 신기한 기분이 듭니다. TV 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눈 앞에서 실제로 보는 기분이랄까요? 저희는 파도가 세서 접안을 하지 못했지만 (그 날 그 어떤 배도 접안을 못했다더군요) 배 위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웠습니다. 아마 제 인생에서 가장 애국심이 고취된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신비섬횟집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가게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맛집입니다. TV 에도 몇번 방송된 곳이라고 하던데, 확실히 제일 맛있었습니다.

손님이 많을까 걱정이었는데, 울릉도의 신기한 점은, 오기가 힘든만큼 어딜 가더라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다보니, 관광객 수 자체가 제가 다녔던 관광지와 크게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봉래폭포

봉래폭포는 딱 생각한 정도였습니다. 산 속에 있고, 아마 입구에서부터 폭포까지 거리가 조금 있을 것이고, 도착하면 물이 떨어지고 있을 것이고..

기억에 남는 것은 입구 휴게소에서 팔던 호박식혜 입니다. 음료를 들고 입장할 수가 없다해서 매표소 앞에서 허겁지겁 한 입에 마셨습니다.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봉래폭포.. 사실 별 감흥은 없었습니다. 산 속에, 물이 떨어지고 있구나. 이 정도? 이 정도는 사실 서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오히려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봉래폭포 가는 길에 있던 풍혈이 기억에 남습니다. 천연 에어컨 같은 곳인데, 원리는 까먹었지만 하여간 정말 신기했습니다.

 

도동항

도동항은 울릉도에서도 좀 Main 느낌이 나는 동네였습니다. 일단 울릉군청이 이곳에 있었고, 사람도 제일 많고 뭔가 번화한 느낌이었네요..

동네를 구경하다보니, 도동성당이 보이길래, 천주교 신자들인 저희 커플은 한번 들어가봤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높은 계단 위에 보이는 마리아 상.. 올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올라가 보았는데, 뷰가 정말 멋있습니다.

마리아님이 참 좋은 뷰를 보고 계시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릉도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사실 약소를 먹으려고 식당에 갔었는데, 이미 매진이라 구경도 못하고 돌아와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먹었던 칼국수 입니다.

 

택시투어

렌트카는 기한이 끝나 반납을 해야 했고, 저희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택시투어 였습니다. 사실 저희가 생각한 건 아니고, 독도 가는 배에서 제 옆자리 아줌마가 추천한 방법이었습니다. 귀인이시라며 명함까지 건네주셨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아줌마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정말 귀인이셨습니다.

확실히 투어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의 차량을 탑승하니, 훨씬 정보가 질이 높았습니다. 그냥 길가다 보이는 기암괴석의 이름에서부터 유래, 역사, 사연까지... 이래서 사전에 공부를 안한 여행은, 가이드와 함께 가는 것이 낫다고 하나 봅니다.

해안도로 뿐만이 아니라 내륙 쪽의 산길 도로로도 달리시는데, 저는 해안도로보다 산길 도로가 훨씬 좋았습니다. 다만 운전 난이도가 좀 더 높았는데, 제가 운전을 한 것이 아니었으니 좋았습니다.

 

제일 좋았던 곳, 울릉예림원

울릉도에서 갔던 곳 중에 BEST 는 울릉 예림원이었습니다. 나라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소유한 곳이라고 하던데, 이렇게 관리를 잘해놓을 수가 없습니다.

택시투어 중이라 시간 제한이 있던 점이 아쉬운 곳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커피도 한잔 하면서 여유롭게 더 보고 싶은 유일한 곳이었네요..

느끼는 감정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하여도,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예림원은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울릉천국

이장희 라는 가수 분을 아십니까? 94년 생인 저는 얼핏 들어본 적은 있어도 잘 모르는 분입니다. 이 분 몰라서 택시 기사님한테 얼마나 무시를 당했는지... 하여간 그 분 집이 울릉천국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엄청난 인기를 끄셨었는지 제가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것은 정말 울릉도에 천국을 만드신거 같더군요..

 

나리분지

화산 섬이라서 그런지 분지도 있었습니다. 분지 안에 들어가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되게 신기한 느낌입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무려 울릉도의 분지 안에 동남아인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먼 길을 온 친구인가요..

여기서 택시투어 동승했던 커플 분과 술을 한잔 마시며 인생에 대해 논했습니다. 물론 지금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네요..

 

관음도

관음도는 택시투어로 마지막으로 간 곳이었는데, 상상 이상의 강행군(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엘리베이터도 미작동)으로 정상도 못찍고 중도 포기하였습니다.

다음 번에 울릉도를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그때도 관음도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네요..

 

약소? 칡소?

아직도 헷갈리는데, 울릉도 대표 먹거리 중 하나에 소고기가 있습니다. 약소가 있고 칡소가 있는데, 약소는 약을 엄청 먹이고 키워서 약소인 것 같고, 칡소는 호랑이 무늬가 있는 소를 칡소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먹은 건 칡소인 거 같은데.. 정확히 울릉도 명물인 것이 칡소인지 약소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맛있었습니다.

 

라페루즈 리조트

마지막 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라페루즈 리조트 였습니다. 그냥 가서 커피나 한잔 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정말 한적하더군요.. 그 한적한 와중에 노래방 기계로 뽕짝을 열창하시던 어르신들이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뽕짝과는 별개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거의 한 분기가 지나서 여행 후기를 쓰려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분도 많고 아쉬움이 큽니다. 다만 확실히 기억이 나는 것은, 울릉도 주민 분들이 정말 착하셨다는 것, 경험한 국내 여행지 중 제일 한적한 곳이었다는 것,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것, 세가지 밖에 없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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