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풀프레임 카메라, 니콘 Df 사용기
저번 포스팅에서 '예쁜 디자인을 가진 카메라'에 대해서 말했었는데, 그 중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니콘 Df로 오게 되었습니다. 출시 된 지가 5년이나 된 제품에다가 점점 미러리스가 대세가 되고 있는 마당에 1605만 화소의 DSLR 이라니..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말 이쁘다는 것 하나만 보고 왔습니다.
일주일 정도 장터에 매복해서 매물 기다리다 보니 괜찮은 가격에 Df를 업어올 수 있었습니다. 렌즈는 따로 니콘 50mm 1.4D로 구매를 했습니다. 이것도 성능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Df와의 디자인 궁합'만을 생각하다 보니 내린 결론입니다. Df가 출시될 때 Df 디자인에 맞춰 50mm 1.8G 스페셜 에디션이 출시되었으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첫인상
첫인상은 '크다!' 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사진으로만 제품을 보고 실물을 거래할 때 처음 봤는데, 정말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근데 또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크고 가볍습니다.
그리고 셔터스피드, ISO, 노출, 측광모드, 촬영모드, 연사모드 등 온갖 조작계가 바디에 덕지덕지 박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이런 클래식함이 좋아서 제품 구매를 결심한 것이지만, 이런 것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분들은 보자마자 번잡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단점
약 2주 간 돌아다니며 테스트를 해보고 나서 느낀 단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사실 결정적인 단점은 Df가 아닌 렌즈(50.4D)에서 받았습니다만, 일단은 바디에 대한 단점만 서술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느낀 단점은 셔터스피드 다이얼이 의외로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주로 A모드(조리개 우선)로 촬영을 하고, 가끔 M모드로 촬영을 합니다. 근데 M모드 상황에서, 뷰파인더를 보고 있는 상태에서 셔터스피드 다이얼 돌리기가 생각보다 많이 힘듭니다. 예전에 라이카 Q를 사용한 적이 있어서 저는 라이카 Q의 느낌을 예상했었는데, 그 느낌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특히 세로 촬영을 할 때는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셔터스피드 다이얼을 <1/3 STEP>에 맞추고 메인 커맨드 다이얼을 통해 셔속을 조정하면 해결이 되는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비싼 돈 주고 Df를 구입한 의미가 퇴색됩니다.
두 번째로 느낀 단점은 AF 입니다. 캐논에서 넘어와서 그런지 중앙 주변부에만 측거점이 있다는 점도 몹시 답답하게 느껴졌고, AF 보조등도 없어서 저조도 환경에서 초점 못 잡고 헤맬 때는 울화통이 터지기도 합니다. 고감도 노이즈 억제력이 좋으면 뭐합니까, 초점을 못잡는데...
세 번째로 느낀 단점은 LCD(라이브뷰) 입니다. 650D 쓸 때 가~끔이나 쓰던 스위블 액정이 이렇게 소중한 기능인 줄을 몰랐습니다. 거기다가 터치 스크린도 아닙니다. 구매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부분들은 단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조금 짜증납니다.
장점
신나게 단점에 대해서 서술했는데, 사실 Df를 사용하며 느낀 의외의 장점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제일 큰 장점은 이쁘다는 것이겠지만, 이건 당연한 것이니 빼고 얘기하겠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직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다 싶이 조작계가 너무 많아서 번잡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카메라 노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 있는 상태라면 이런 수 많은 조작계들이 직관적이라고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측광 모드를 버튼 하나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 번째 장점은 저조도 노이즈 품질이 확실히 좋다는 것입니다. 화소 수가 1605만 밖에 안되니 저조도에서의 노이즈 품질에 있어 우위를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어쨌든 전 꽤 감명 받았습니다.
거기다가 구매 전 가장 걱정했었던 것 중 하나인 1605만 화소가 의외로 괜찮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1800만 화소의 650D, 2400만 화소의 라이카 Q, 1605만 화소의 Df까지 저는 그렇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크롭을 과감히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50.4D 렌즈
Df 리뷰인데 왠 렌즈 이야기인가 싶은 분들도 계실 듯 합니다. 하지만 카메라를 얘기함에 있어 렌즈를 빼고 얘기하기는 쉽지 않고, 무엇보다 저 같이 '이뻐서' Df를 선택한 분들은 분명 렌즈를 선택함에 있어 더욱 예민하고 신중할 것 같아 써봅니다.
Df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생각해 봤을 때, 렌즈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렌즈를 원하실 겁니다. 하지만 막상 찾아보면 클래식한 이쁜 렌즈들은 전부 다 수동 초점이고, 그나마 니콘 D 라인업이 어울리는 듯 한데 이것들은 출시 년수가 오래되어 단종 된 제품들이 허다합니다.
저도 맨 처음에 1.8G 스페셜 에디션과 1.4D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디자인으로 통일감을 주는 1.4D를 선택했는데, 이 렌즈가 생각보다 많~이 구립니다. 대표적인 니콘의 50mm 단렌즈 중 하나이지만, 색수차가 심하고 소프트함도 심합니다. 특히 저처럼 최대개방의 얕은 심도 표현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최악입니다. 찍기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렌즈를 써야 하느냐? 제 느낌에는 실버 색상의 Df는 D 라인을 제외하면 답이 없습니다. 50.4D가 별로니까 50.8로 가볼까? 생각이 들어도 이건 아닌 것 같고, 85.4D는 괜찮다던데 그걸 살까? 싶다가도 가격도 가격인데다가 상태 좋은 중고 매물은 구하기도 어렵고 85mm 화각은 렌즈 하나만 들고 다니는 제게는 부담스러운 화각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내린 최상의 선택은 58mm 1.4 N렌즈를 구입한 후에, PARK INSTYLE 이라는 사이트에서 실버 Df 색상에 맞춰 도색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돈이 가장 많이 드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 같은 상황의 분께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 되네요.
이래저래 Df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말을 늘어 놓았는데, 사실 Df에 관심을 이미 가져버린 분이라면 다른 카메라가 잘 눈에 안들어 올 상황일 겁니다. '풀프레임+레트로 디자인' 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제품이 아직까지는 Df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화소로 생각되는 1605만 화소와 1/4000 셔터 스피드를 감안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2013년에 출시 된 Df의 후속작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올 확률이 꽤 높아 보입니다. 최근 카더라 통신에서 들려오고 있는 미래의 니콘의 새로운 미러리스가 레트로 디자인을 달고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Df는 아직 2주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자꾸 들고 나가고 싶고 소유욕이 강해지게 만드는 종류의 카메라 임에는 확실한 듯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진을 이 친구와 함께 할 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지나친 렌즈 욕심을 자제하고 사진 실력 향상부터 할 수 있는 제가 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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