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순이네

엔저 기념 도쿄 2박 3일 여행기 (커플)

800~900 대의 엔저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떨어진건 거의 10년 만이라는데, 덕분에 일본 여행이 부담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여자친구와 엔저 기념 도쿄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일본은 10년 전에 오사카를 간 이후에 처음인데,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내심 기대가 많이 되는 여행이었습니다. 다만 직장의 노예이다보니 길게는 못다녀오고, 주말을 끼고 2박 3일로 다녀왔네요.


출국

비행기 표는 人당 36~37만원 정도 든 것 같습니다. 싼 건지 잘 모르겠긴 한데, 아침 출국 & 오후 4시쯤 입국하는 스케줄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행기는 진에어 였는데 2여객이더군요. 비행기가 아침 8시 출발이었는데, 확실히 새벽에 공항을 도착하니 사람은 많고 음식점은 아직 문을 안열었고.. 밥 먹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타자마자 여자친구와 함께 기절하듯 잠에 들었는데, 중간에 깨서 본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뭔가 이렇게 보면, 지구는 정말 둥글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우주 속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나리타 국제 공항

도쿄 간다 하면 보통 나리타 아니면 하네다 공항인 것 같은데, 저는 나리타 공항으로 갔습니다.

하늘에서 본 일본은 뭐랄까, 산이 별로 안보인달까? 부산을 비행기 타고 많이 다녀 본 저는 항상 우리나라를 볼 때마다 드럽게 산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에서 본 일본은 대체적으로 평평해 보였습니다. 날씨도 여행효과인지 몰라도 한국보다 좋아 보이더군요.

나리타 국제공항의 사진입니다. 뭔가 땅 자체가 다 평평해 보이지 않나요? 토종 한국인인 저로서는 기괴한 풍경입니다. 하튼 어찌저찌 무사히 일본에 도착을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시작도 전에...

나리타 국제 공항에서 도쿄역을 가는 버스가 있더라구요. 우리나라로 치면 공항 리무진 버스 같은 느낌입니다. 1,300엔 정도 했는데 여기서 벌써 일본 물가가 비싸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리무진 버스가 더 비싸지 않나요?


도쿄역

버스를 타고 밖을 구경하며 정신 없이 달리다보니 도쿄역에는 금방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의 경험이 기억에 남는데, 좌측통행이다 보니 뭔가 근본적인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역주행을 하고 있는 느낌?

도쿄역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이죠? 서울역도 좋긴 한데, 도쿄역은 더 컸습니다. 무엇보다 노숙자들이 안보입니다. 우리나라 서울역 앞은 노숙자와 교회분들 천지인데, 도쿄역은 정말 깔끔하더라구요. 대체적으로 '서울보다 확실히 낫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느낌은 여행 내내 지속됩니다.

숙소는 게이오 프레소 인 도쿄 야에스에서 묵었습니다. 도쿄역에서 내린 다음에 한 10분 정도 걸었던 것 같네요. 한국에서 카카오맵으로 단련된 제 길잡이 능력은 도쿄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애플지도가 100% 실사용 가능한 수준이다 보니, 거의 고향에 온 듯이 쉽게 다녔습니다. 제발 한국도 애플지도가 쓸 수 있는 수준이 됬으면!!

 

호텔까지 걸어가며 느낀게, 도로가 정말 깔끔합니다. 저는 흡연자인데, 담배를 어디서 펴야 할 지도 모르겠는 정도로 깔끔합니다. 흡연구역도 안보이고, 길거리에 꽁초도 없으니 담배 하나 피기도 몹시 눈치가 보입니다. 선진국입니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한 후에 짐을 맡겨놓고 도쿄역 지하에 있는 라멘 스트리트로 갔습니다. 이 때 제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웨이팅이 없는 가게로 바로 들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기다리더라도 유명한 집을 가봤어야 했나 하긴 싶습니다. 그래도 이 집도 충분히 맛있었네요.

서울역이 떠오르지 않나요? 실제로 서울역 옆의 舊서울역이 이걸 모티브로 만들어 졌었다 하네요. 실제로 보면 몹시 닮아있고, 사이즈가 훨씬 큽니다.

정말 서울역 같죠? 실제로 보면 훨씬 위압감이 듭니다. 특히 일본 국기가 걸려있는 모습에서 알게 모르게 과거 독립 투사들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분들은 이렇게 위압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투지를 잃지 않았죠? 본 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 제국 시대 시절의 옷을 입고 웨딩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젠 글로벌 시대고 인종 간, 국가 간의 차이가 없어지고 있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도쿄역에서 바라 본 일본의 모습은 앞서 말씀드렸다 싶이 서울의 미래 같은 느낌입니다. 서울이 도쿄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니 당연하다 싶긴 하지만, 실제로 보니 너무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Better than SEOUL' 이 확실합니다. 서울보다 깔끔하고, 정리되있고, 하튼 더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도쿄 스카이트리

런던에 2층짜리 빨간버스 아시죠? 해리포터에도 나오는. 그 버스가 일본에도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몇번 봤었는데, 도쿄에도 있더라구요. 여자친구가 열심히 노선을 공부한 덕분에, 우리는 여행지를 모두 이 빨간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으로 정했습니다. 그 중에 처음으로 간 곳이 도쿄 스카이트리 였습니다.

나중에 귀국하고, 회사에서 일본 거래처를 만나서 이 도쿄 스카이트리를 가봤다고 얘기하니, 그 사람은 자기도 아직 안가봤다 하더라구요. 역시 요즘은 여행객들이 더 잘 압니다. 제가 경복궁에 있는 한복 입은 외국인들 보다 서울을 더 모르는 것 처럼요.

저는 사진을 좋아하다보니 약간 무당벌레 습성이 있습니다. 무조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습관이지요. 높은 곳에서 보면 경관이 좋고, 땅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볼 수가 있지요. 스카이트리 전망대에 가니 도쿄가 한 눈에 보이더라구요, 날씨가 좋으면 후지산도 보인다 했는데 아쉽게도 저희가 갔을 때는 후지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진에서 느껴지지 않나요? 산이 없습니다. 전부 평야입니다. 뭔가 두바이에서 갔던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에서의 경관이 떠오르더라구요. 거기는 사막 뿐이니 그러려니 했지만, 도쿄는 사막도 아닌데 전부 평야네요. 축복 받은 땅일까요? 도쿄에서 Hill 이라 불리는 동네는 서울로 치면 그냥 오르막 조금 있는 평지입니다. 이 친구들에게 서울의 Hill 을 맛 보여 주고 싶네요.

자판기와 버스 정류장이 같이 있길래 찍고 있었는데, 때마침 빨간 버스가 들어오더라구요. 일본은 자판기가 정말 많습니다. 자판기의 나라라고 불린 것은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많더라구요.


2층 버스에서 본 풍경들

생각해보니 2층 버스에 대한 얘기를 너무 안했네요. 상상하시다 싶이 지붕 없고, 햇빛을 직빵으로 받는 2층으로 된 버스 입니다. 저희가 갔을 때 도쿄 최고 온도가 33도 정도로, 현지인들 말을 들으니 '날씨가 그나마 좋을 때 왔다'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울 땐 증말 뜨거웠습니다.

 

그럼에도 2층 버스를 탄 것이 후회가 없는 것은, 시내 곳곳 요점이 될 만한 곳에 정류장이 되어 있었고, 티켓을 한번 끊으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 입니다. 그리고 2층에서 지나가는 일본인들에게 손 흔들어주면 그들도 굉장히 환하게 웃으며 손 흔들어 줍니다. 이게 꽤 재밌더라구요... 서울 한복판에서 일하며 항상 여행객을 봐 왔는데, 이제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된 느낌?

이 사진 정말 일본 같지 않나요? 일본은 저렇게 모든 집에 테라스가 있더라구요. 우리나라는 평수 넓힌다고 베란다를 없애는 분위기 인데, 일본과 우리의 차이점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샌소지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충격적이게도 인력거를 재연했더군요. 말씀 드렸다 싶이 이 날은 33도 정도 였습니다. 신사 있는 동네라 그런지 인력거나 유타카 등 일본 전통 풍경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2층 버스의 매력은 힘들이지 않고 도쿄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명물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저게 아사히 본사인데, 신기하죠? 맥주 팔아 저 정도 기업이 될 지 그들은 알았을까요?

제가 느낀 일본의 멋짐 포인트 중 하나는 택시입니다. 택시가 묘하게 이쁜데, 이 사진 옆에 서울 주황택시 가져다 놓으면 충격적일 것 같네요.

길거리 곳곳에 있는 이쁜 식당들도 있네요. 물론 우리나라도 예쁜 가게들이 많이 생겨서, 이 부분은 크게 신기하진 않았습니다.


시부야

시부야! 한국으로 치면 홍대 거리 입니다. 호텔 있는 동네에서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도쿄도 지하철이 굉장히 잘되어 있더군요. 서울도 지하철이 정말 잘 되어 있다 생각했는데, 도쿄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승차권을 끊어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한 20년 만에 승차권 끊어본 것 같네요.

지하철은 한국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성 전용 칸이 있길래 신기했는데, 치한이 너무 많아 생겼다는군요... 충격적입니다.

충격적이게 맛있는 비쥬얼이쥬? 맛있겠쥬? 여자친구가 예전에 와 본 야끼니꾸 집이라 와보았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한국에 한우가 있다면 일본에는 와규가 있더군요.

한우 vs 와규는 승자를 가리기 힘들지만, 한국 맥주 vs 일본 맥주는 게임이 안됩니다. 우리는 어째서 맥주를 못이기는가!!

 

이렇게 순식간에 맥주를 각 4잔 정도 마시고, 고기도 원 없이 먹으니 금새 취하더군요. 죙일 돌아다녀서 더 취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한우를 이 정도 먹었으면 한 2~30 정도 나왔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한국에서 먹은거 보다 덜 나오더군요. 엔저에 감동했습니다.

맛있게 밥 먹고 나와서 산책을 했습니다. 시부야의 모습은 홍대의 모습과 비슷하다 보심 됩니다. 전 일본인들이 술도 잘 안먹고 내성적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인이랑 똑같더군요. 그 와중에 거리에 담배꽁초 하나 없는 모습이란!! 선진국입니다.

 

그렇게 좀 걷다보니 오모테산도 라는 동네가 나왔습니다. 이 곳이 한국으로 치면 청담동 같은 곳이었습니다. 명품샵 정말 많더군요. 계속 걷다보니 힘들어서 스타벅스가 보이길래 들어갔는데, 제가 살면서 본 스타벅스 중에 제일 아름다웠습니다...

아직까지도 의문인 점이, 저 때 도쿄에 모기가 없었습니다. 한여름이었고 하루종일 밖에 있었는데 모기 한 방을 안물렸네요. 미스테리 입니다.

 

이렇게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몹시 피곤했습니다. 호텔로 돌아가 잠을 청했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호텔은 악명 높은 그대로 입니다. 아는 분이 호텔에서 몇일 자고 폐쇄공포증 걸릴 뻔 했다고 했는데, 몸소 느끼니 공감이 되더군요.


2일 차 : 버스 타고 돌아다니기

아침이 밝고 어김 없이 2층 버스로 향했습니다. 이 2층 버스도 노선이 3개 정도 있는데, 어제와는 다른 노선을 타 보았습니다.

 

신주쿠 쪽에서 내려서 가볍게 브런치를 하기로 결정하고, 카페를 찾아 떠납니다.

한국 인스타 스러운 풍경을 가진 브런치 카페를 찾아서 맛나게 브런치를 즐깁니다. 무슨 공원 앞이었는데, & sandwich 라는 카페였습니다.

 

배 좀 채우고 이번에는 돈키호테까지 걷기로 결정합니다. 돈키호테는 일본의 다이소라고 생각하심 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다이소보다 훨씬 크고 물건이 다양한 다이소라고 생각하심 됩니다.

돈키호테에서 열심히 쇼핑을 하고 나니 시간이 제법 흘러, 도쿄 타워를 가야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도쿄 타워

스카이트리도 가고, 도쿄 타워도 가니 일본의 높은 곳은 죄다 올라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도쿄 타워는 스카이트리 보다 훨씬 남산타워 같은 느낌입니다.

완전 남산타워 같죠? 실제로 안에 들어가봐도 남산타워 같습니다.

도쿄 타워 앞에 조그마한 풀장을 만들어놓고 애기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는데, 너무 귀엽더라구요. 마음 같아서는 껴서 함께 뛰놀고 싶었지만 일본 경찰에 잡혀가는 스토리는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쿄 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서 어김 없이 도쿄 시내를 바라보는데, 개인적으로 전망은 스카이트리가 더 좋았습니다. 적당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긴자로 향해 봅니다.

도쿄타워에서 긴자 쪽으로 가는 노선이 레인보우 브릿지를 통과하는 노선이더군요. 2층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살짝 롤러코스터 탄 기분도 들고 굉장히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도쿄는 서울과 근본적으로 다르군요, 도쿄에는 바다가 있습니다.


긴자

어렸을 때 감명 깊게 봤던 만화 중에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책이 있는데, 이 책에서 긴자의 스시집을 굉장히 먹음직스레 표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쭉 긴자에서 스시 먹기가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네요.

긴자 동네 자체는 좀 특이합니다. 오래된 건물이 많다고 해야할까? 한국으로 치면 어느 동네를 말해야 될 지 모르겠네요. 삼청동인데 좀 더 고급스러운 삼청동 느낌이랄까?

초밥집은 일본에 장기 출장 중인 아는 형에게서 추천 받았습니다. 여자친구와 셋이서 좋은 시간을 보냈네요, 초밥은 언제 먹어도 역시나 맛있습니다. 이렇게 제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하나 완료 되었네요.


롯본기 힐즈

저녁을 먹고 난 후에 어디 갈까 고민하는 중에, 롯본기 힐즈라는 곳을 알게 됩니다. 전망대가 있고 이곳에서 보는 야경이 동경 TOP 이라는 얘기에 한치의 고민도 없이 롯본기 힐즈로 향했습니다.

계속 말했지요? 도쿄는 평야라고... 밤이 되니 야경에서 그 진가가 보이더군요. 서울의 야경을 정말 좋아하는데, 도쿄의 야경을 본 순간 빠져들었습니다. 특히 도쿄타워가 너무 아름답더라구요, 일본 여행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순간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장식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도쿄 가시는 분들에게 다른 곳은 몰라도, 롯본기 힐즈의 야경은 정말 꼭 추천 드리고 싶었네요.


마치며

'여름에 도쿄를 왜 가냐?' 부터 해서 여름 도쿄 여행을 이해할 수 없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왜 서울이랑 똑같은 도쿄를 한여름 제일 더울 때 가느냐?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십시오. "그곳에 도쿄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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