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더운 날의 망리단길 데이트
망리단길, 이름부터 웃깁니다. 아마 이쁜 카페가 많은 경리단길과의 공통점 때문에 네이밍이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이번에 망리단길을 다녀오면서 역시 원조를 따라잡기는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망리단길은 정확히 어디?
일단 망리단길 자체가 굉장히 애매합니다. 경리단길처럼 일정한 도로를 따라서 카페들이 즐비해있는 형식이 아니라, 메인이 되는 길 없이 맛집&카페가 퍼져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길 따라 걷다가 괜찮은데 있으면 들어가자~' 식의 마인드는 파국을 불러 올 수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더더욱요.
소위 말하는 '핫한' 곳들
망리단길 데이트를 떠나기 전에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망리단길의 특징은 '싼 가격' 이라고..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일단 매장 자체가 거진 다 작습니다. 최근 미디어에 많이 노출이 된 만큼 많은 사람들이 망리단길을 찾는데, 이 인파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어가면 만석, 심지어 이 땡볕에 안에서 웨이팅하는 것도 아니라 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웨이팅.. 웨이팅 하다가 조상님 볼 날씨인데 참 괴로웠습니다. 그러다가 다행히 자리가 비어있는 카페를 찾아서 들어갔습니다.
핸드 드립? 한드 드립? 하여튼 나쁘지 않습니다. 매장은 당연 작고, 에어컨은 빵빵합니다(들어온 이유의 90%).
제 여자친구는 비엔나 커피(?)를 마셨고, 저는 오렌지 생과일 쥬스를 마셨습니다. 커피 맛은 역시 그냥 그렇습니다. 죽기 전에 한번 '이 커피는 진.짜.다'는 느낌을 받아보고 싶네요.
저녁은 '뽕남'이라는 곳에서 먹었습니다. 짬뽕+피자+쭈꾸미 3조합으로 승부를 보는 가게입니다.
맛있어 보이죠? 맛있습니다. 이 더위 속에 땀을 쫙 뺐으니 뭐가 맛이 없겠어요..
주방이 보이는 구조입니다. 밥 먹는데 옆에서 불쇼를 하고 있으니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살인적인 더위와 더불어 불쇼를 보고 있으니 이열치열이란 말이 자꾸 떠오르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망리단길을 벗어나면?
아마 망리단길을 데이트코스로 생각하고 온 커플의 대부분은 다른 장소를 물색할듯 합니다. 최근 뜨고있는 명성을 생각했을 때, 실망스러운 볼거리+놀거리를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합정역 옆에 있는 '메세나폴리스'로 갔습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곳이 최우선 선정 이유였습니다. <여름=몰(Mall) 실내 데이트> 공식이 정답인듯 합니다.
아주 만족스럽게 몰 안으로 들어서니, 거대한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실내형 몰이 아니라 야외형 몰입니다. 에어컨은 매장에 들어가야만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개같이 일이 안풀리는 날입니다.
진작에 합정을 올걸
몰에서 대충 구경하다가 합정역 골목에 들어서니 맥주집들이 많이 보입니다. 카페도 많이 보입니다. 망리단길 보다 훨씬 낫습니다. 카페 규모나, 디자인이나, 밀집도나…. 우리는 왜 망리단길에서 그토록 빠꾸를 당하며 헤맸을까?
저희가 가볍게 맥주 한잔 마신 곳은 '술마시는시간'이라는 술집입니다.
매장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고, 5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망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굉장히 친절해서 참 좋았네요. 더위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직원들의 상냥함과 맥주, 에어컨이 풀어줍니다.
써놓고보니 날씨에 대한 푸념만 가득하네요. 다만 확실하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건, 망리단길은 기대하기에는 아직 너무 별로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드드립, 뽕남, 술마시는시간 장소 첨부하면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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