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순이네

소요산 초보자 코스 등산기

제법 살랑살랑 가을 바람도 선선하고, 운동 부족인 제 몸을 한번 뜨겁게 달궈보고자 여자친구와 등산을 결심했습니다.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서울에 있는 산을 가볍게 다녀올까 했었는데, 이왕 가는 것 새로운 산을 가보고 싶어서 동두천 쪽에 있는 소요산을 다녀왔습니다.


소요산역

1호선을 타고 종착역인 소요산역까지 가야 합니다. 평소에 1호선을 자주 타는 편인데, 매일 말로만 듣던 '소요산행~ 소요산행 열차 입니다~'를 직접 가보게 됬네요.

소요산역

보통 등산을 하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거의 점심 때 쯤에 내려오는게 일반적이라면, 저희는 아주 일반적이지 못한 등산을 했습니다. 소요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1시였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소요산역에서 내리더군요.

소요산 입구

소요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소요산역에서 내려 매표소까지 걸리는 시간이 도보로 약 20~30분 정도 되는데, 그 길이가 다 상권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별의 별거를 다 팔고 있더라구요.

소요산 입구

간만에 시골 식당(?)들도 많이 보고, 이것저것 구경하니 정말로 여행이 온 듯한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날씨도 청명한 가을 하늘이 쫙 펼쳐진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소요산

그렇게 매표소로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다보니 원효대사에 관한 설명문들이 보였습니다. 전 원효대사가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도 스님의 신분으로... 이렇게 새로운 지식을 또 얻고 갑니다.


소요산 매표소

그렇게 소요산역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신나게 걷다보니, 매표소가 보였습니다.

소요산 매표소

문화재 관람비라는 명목으로 천원씩 받고 있었습니다. 천원 쯤이야 기분 좋게 내줄 수 있습니다. 저희가 정한 코스는 초보자 코스로, 자재암-선녀탕-중백운대-하백운대-자재암으로 이어지는 코스였습니다.

불상

우리나라 산 답게 역시나 절들이 많았습니다. 절과 사원은 태국에 있을 때 정말 질리도록 봤었는데, 우리나라의 불교는 느낌이 사뭇 많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우리나라의 불교가 더 마음에 드는 것 같긴 합니다. 더 자연이랄까요?

소요산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경치가 제법 괜찮습니다. 더 늦게 와서 빨갛게 물들은 가을 단풍들을 보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자재암-선녀탕

정말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자재암이 금방 나왔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번 산행이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재암
자재암
자재암
자재암

자재암은 아담하고 이뻤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부처님께 절을 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산 속에 있는 절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처님의 은총에 몹시 감사했습니다.

 

갈 길이 멀어 선녀탕으로 향하는데, 선녀탕으로 가는 코스가 아주 최악이었습니다. 원래 코스는 하백운대로 가는 것이 맞는데, 반대로 생각하고 있던 바람에 자재암에서 바로 선녀탕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최악의 선택이었습니다. 초보자 코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길이 험하고 경사도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소요산 선녀탕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선녀탕입니다. 이게 사진으로 보면 뭔 선녀가 여기서 목욕을 하겠나 싶지만, 실제로 가서 보면 확실히 은밀한 곳에 있고 신비로운 느낌이 들긴 합니다. 소요산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더욱 신비함을 느낀다고 설명문에 써있었습니다. 근데 왜 소요산의 가장 깊숙한 곳에 초심자 코스를 설정한건지 쉽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여튼 선녀탕에서 팥빵을 먹으며 지친 몸을 달래고, 이제 중백운대를 향해 몸을 옮겨봅니다.


중백운대-하백운대

선녀탕에서 중백운대로 가는 길은 선녀탕 가는 길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경사와 험한 길, 햇빛마저 들지 않는 경로는 내가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계속해서 주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니 간신히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소요산
소요산

그렇게 중백운대에서 하백운대를 지나 다시 자재암으로 돌아가는 길은 선녀탕 경로에 비하면 아주 만족스러웠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내려가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근데 경치가 정말 좋더라구요. 가는 길에 만난 아저씨에게 우리가 지나온 길을 설명하니, '거긴 가는 곳이 아니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반대로 오긴 했지만 엄연히 초보자 코스인데...


자판기 커피와 신흥숯불갈비

그렇게 산행을 무사히 끝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는 길에 봤었던 신흥숯불갈비 집으로 향하는데, 왠 매점이 보이길래 들어가봤습니다.

자판기 커피

요새는 방송에 안 나온 음식점이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판기까지 방송에 방영이 된 적이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주인 할머니의 자부심도 대단해 보였습니다. 근데 더욱 감탄했던 것은, 정말 맛있습니다! 제가 원래 커피 종류를 안가리고 다 마시는, 특히 믹스 커피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제가 마셨던 어떤 믹스보다 맛있었습니다.

신흥숯불갈비

그리고 저녁은 신흥 숯불갈비라는 음식점에서 먹었습니다. 숯불 갈비를 먹진 않았습니다. 제가 송어회가 너무 먹고 싶어서 송어회를 먹었는데, 역시 몸이 피곤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앉자마자 나오는 콩나물부터 너무 맛있어서 눈물 나더라구요..

송어회

송어회 자체는 사실 수돗물 맛(?)이 조금 나서 속상했습니다. 예전에 춘천에 빙어 축제 가서 송어를 바로 먹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느꼈던 송어의 맛이 느껴지지 않아 슬펐습니다..


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힘든 산행이 되었지만, 사람이 너무 없어서 오붓하게 여자친구와 산행을 즐길 수 있었고 몸이 힘드니 정말 맛이 없는 음식이 없더군요. 살 찌려면 운동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요산역

분명 등산을 할 때만 하더라도 '향후 3년은 등산하지 말자'고 했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는 '다음에 또 하자!'는 말이 나오더라구요. 등산의 매력이 분명히 있긴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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