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고 편리한 X100F 사용기
구매하기까지
니콘 Df를 쓰다가 X-Pro2로, 그리고 다시 니콘 Df로 돌아갔다가 또 후지필름 카메라로 돌아왔습니다. 이전에 쓰던 X-Pro2와 비슷한 녀석인 X100F로!
니콘 Df가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풀프레임 카메라 중에서는 유일하게 레트로한 디자인(라이카 제외)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고, 성능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크기와 무게도 니콘의 다른 풀프레임 DSLR에 비하면 가볍고 작은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풀프레임 DSLR인 만큼, 마음 편하게 가지고 나갈만큼 가벼운 카메라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겨울이 오고 날씨가 추워지니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일이 점점 더 적어지고, 나중에는 선반 위의 장식품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를 사보자!' 였습니다.
그렇다면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의 기준은 무엇일까? 일단 별도의 가방이 없이도 외투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여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풀프레임 카메라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선택지가 캐논의 G1X Ⅲ 와 리코 GR2, 그리고 후지필름의 X100F였습니다. 판형에 크게 집착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마이크로 포서드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G1X Ⅲ는 표준줌 화각대(24-72mm)까지 가지고 있는 카메라여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조리개 값이 약간 어두운 것이(F2.8-5.6) 아쉬웠고, 리코 GR2는 예전에 라이카 Q를 쓰면서 느꼈던 28mm에 대한 거부감과 조금 아쉬운 조리개 값 때문에 꺼려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선택한 것이 X100F입니다.
사용기
X100F의 자세한 리뷰는 팝코넷에 굉장히 잘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잘써져 있는 리뷰들이 웹 상에 굉장히 많으니, 저는 제가 직접 사용하며 느낀 실사용기를 말해보겠습니다. 먼저 기본적인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 APS-C 미러리스
- 2,430만 화소
- 셔터스피드 1/32,000 (기계식 1/4,000)
- ISO 200~12,800
- 환산 35mm F2 렌즈 (최소초점거리 10cm)
- 126.5×74.8×52.4mm, 469g
스펙 자체만으로 봤을 때도 딱히 흠 잡을 구석이 없습니다. 이 정도로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에 F2.0 35mm 렌즈, 화소수까지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X100F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셔터버튼의 괴리감
이전에 사용하던 카메라(니콘 Df)의 셔터버튼이 매우 민감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X100F를 사용하며 처음 느꼈던 단점은 셔터버튼이 눌렸는지 안눌렸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촉감이었습니다.
약 3일 정도 연속해서 사용하다보니 이제는 적응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셔터버튼의 사용감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리개링 조절 불편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조리개링을 조절하는 것이 의외로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조리개링을 쉽게 돌릴 수 있도록 해주는 바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잘 활용해야 조리개링을 돌리기가 쉬워집니다.
이 부분도 어느정도 사용하니 적응이 되긴 했지만, 아직 더 사용해봐야 완전히 적응이 될 듯 합니다.
실버는 실물이 더 예쁘다
X100F 구매를 생각하고 계신 분이라면 블랙을 사야하나, 실버를 사야하나 고민이 많으실 겁니다. 개인 취향의 영역이라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실버 X100F는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브라운 컬러도 나왔다는데 제 취향 밖이라 별로 신경이 안쓰이네요. 블랙이냐, 실버냐 하는 것은 비단 X100F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카메라에서 갑론을박이 이뤄지는 문제인 만큼 자기 취향에 맞는 색상을 사시면 될 듯 합니다.
아쉬운 저조도 AF
저조도 상황에서의 AF를 쉽게 잡도록 하기 위해 플래쉬 기능이 있습니다만, 저는 플래쉬를 극도로 꺼려하는 성격이라 아예 기능을 꺼두었습니다. 그랬더니 확실히 저조도 상황에서 AF가 아쉽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AF가 성공적으로 잡혔다고 화면에 떠도, 실상 집에 와서 확인해보면 초점이 잘못 맞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러리스는 DSLR처럼 핀이 살짝 어긋나는 경우는 없어 핀 스트레스가 없지만, 안맞으면 아예 안맞습니다...
Raw 파일 디테일
이 문제는 제가 이전에 X-Pro2를 사용했을 때도 느꼈던 문제인데, 이상하게 후지필름의 Raw 파일인 RAF가 라이트룸에서 열었을 때 디테일이 떨어집니다. 저는 그냥 크롭 센서의 한계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꽤나 유명한 이슈였네요.
해외 사이트를 보니 같은 이미지 처리 엔진(X-Trans Ⅲ)을 사용하는 X100F, X-Pro2, X-T2가 전부 같은 이슈를 갖고 있네요. 사이트에서 제시한 해결책으로 보정을 해봐도 별다른 차이점이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예민하신 분은 다른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셔야 할 듯 합니다.
디지털 텔레컨버터 Raw 촬영 불가
X100F에 디지털 텔레컨버터 기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라이카 Q에서의 그것을 예상했었는데, Raw에서는 아예 촬영이 안됩니다. 정말 아쉽네요.
렌즈의 컨트롤링을 통해서 디지털 텔레컨버터 기능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되게 좋아보였는데, Raw에서는 쓸 수 조차 없으니 아쉽습니다. 라이카 Q처럼 크롭 식으로 촬영 되게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초점레버의 편리함
X-Pro2를 썼을 때도 느꼈었지만, 초점레버가 정말 편리합니다. 초점 이동이 간단하고 엄청 빨라집니다.
초점 박스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 초점 영역이 넓은 것도 좋습니다. 미러리스가 확실히 좋긴 합니다.
외투 주머니 휴대 가능
제가 X100F를 구매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외투 주머니에 휴대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점인지 저도 겪어본 후에야 느꼈습니다. 카메라가 항상 곁에 있으니 건지는 사진이 훨씬 많아집니다.
작고 가벼운 X100F는 주머니에 넣었을 때도 그렇게 크게 티가 나지 않습니다. 특히 패딩을 입었을 때는 하나도 티가 안나더군요. 코트는 자세히 보면 조금 티가 나기는 합니다만, 그리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닙니다.
색수차 제어와 독특한 플레어
X100F에 붙박이식으로 달려있는 23mm (환산 35mm) F2.0 렌즈는 지금까지 X100 시리즈에 꾸준히 리뉴얼 없이 그대로 달려 나온 렌즈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리뉴얼이 안된 구린 렌즈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까지 썼던 렌즈와는 좀 다른 느낌의 특이한 렌즈입니다. 특히 색수차 제어 능력과 빛이 퍼지는 방식의 독특한 플레어가 돋보입니다.
라이트룸으로 보정을 할 때마다 항상 하는 작업 중 하나가 색수차를 잡는 일인데, X100F를 쓰면서 단 한번도 색수차를 잡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제어가 잘되어서 제가 신경 쓸 정도가 아닌 것이겠죠?
제가 색수차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길거리 광고 사진에서도 색수차를 찾아내는 다소 민감한 편입니다. 볼려고 보는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봐버리는 느낌이랄까..
플레어도 참 독특합니다. 니콘의 D렌즈군을 쓰면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날카로운 빛갈라짐 이었는데, X100F의 렌즈에서 의외의 취향을 찾았네요. 개인차일 수도 있겠지만.. 플레어가 되게 이쁘지 않나요?
근거리 소프트함
X100F의 대표적인 단점 중 하나가 최대개방 근거리 촬영 시의 소프트함입니다. 확실히 심합니다. 니콘 50mm 1.4D를 몇달 간 사용하면서 느꼈었던 것보다 더 심합니다. 근거리 촬영이 아니면 괜찮은데, 근거리로 가면 바로 심해집니다.
소프트함 현상이 심할 때는 조리개를 조여주거나 거리를 좀 더 두고 찍으면 사라집니다. 최단초점거리가 10cm 이라서 마음 먹고 가까이 찍으려고 하면 정말 많이 들이댈 수 있기에.. 생각해보면 라이카 Q도 매크로 모드에서는 조리개가 자동으로 조여지긴 했었네요. 소니 RX1 시리즈도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총평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만족! 중입니다. 애초에 원했던 것이 성능 보다는 휴대성을 바라보고 구매한 놈이라, 이 정도의 퀄리티를 내주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입니다. 코트 주머니에 쏙 넣을 때마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으로 카메라를 구매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이쁜 디자인입니다. 카메라가 못생기면 왠지 찍을 맛이 안나는 것도 있고, 보고만 있어도 '참~ 이쁘네~' 생각 드는게 자기 만족이 아주 잘됩니다. 그런 면에서 X100F는 휴대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잡은 제게 딱 맞는 카메라입니다. 거기에 성능까지 갖춰져 바디 자체로서는 사용하면서 딱히 흠 잡을 만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렌즈는... 사실 이렇게 얇고 작은 렌즈에 많은 것을 바란 다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하지만, 근거리에서의 소프트함이 조금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또 라이카 Q나 다른 카메라들처럼 손떨방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50mm가 최고의 단렌즈 화각이라 생각하던 제게 35mm의 새로운 시야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단 하나의 화각을 선택해야 한다면, 35mm가 저에겐 확실하네요.
얼마나 오랫동안 이 친구와 함께 돌아다닐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겨울만큼은 확실하게 함께할 것 같은 친구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X100F의 후속작이 매우매우매우 기대가 되게 만드는 제품이네요. 마지막으로 샘플샷들 보여드리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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